조상들의 번개통신 '봉수대'

 요즘 우리들은 과학기술 문명이 엄청나게 발전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문명의 발전과 함께 발전한 것이 바로 정보통신 문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2명 중 한 명 꼴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도 즉시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고, 인터넷 이용에 있어서도 비록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수준을 자랑하는 정보통신의 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 과학 문명이 이처럼 발달하기 이전의 우리 조상들은 급한 연락을 어떤 방법으로 했을까? 모두들 잘 알고 있다시피 사람을 시켜 편지를 보내거나, 파발마를 띄우거나, 정말 긴급한 국가 중대사의 경우 특히 국가 안보의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의 통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신속한 통신시설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봉수'이다. 필자가 군대생활을 하던 통신부대의 이름이 육군 봉화 부대일 정도이니 봉수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훌륭한 통신시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 부산에도 우리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에 봉수대가 여럿 남아 있다. 봉수에서 봉(烽)이란 연기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낮에 이용되었고 수(燧)는 횃불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밤에 이용되었다. 봉수는 주로 바다와 육지의 변방에 있는 연변봉수에서 내지봉수를 거쳐 서울의 경(京)봉수로 연결된다. 봉수를 올리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여 평시에는 1번, 적이 나타나면 2번, 적이 근접하면 3번, 적과 싸우면 4번을 올리는 등 이런 방식으로 서울까지 연결하였다.

『경상도지리지』와 『세종실록지리지』등에 의하면 1461년(세종7년)경에 동평현의 석성 봉수대(현재의 천마산정), 동래현의 황령산 봉수대, 동래현의 간비오산 봉수대(해운대구 우동 롯데아파트 뒷산)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봉수대는 세종·단종 대에 변방의 방비에 비상통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황령산 봉수대는 부산포를 지키는 해안초소로서, 그리고 간비오산 봉수대는 해운대 만호진을, 석성 봉수대는 다대포 만호진을 지키는 후방초소로서의 임무를 하였다.

부산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봉수의 경로를 살펴보면 석성 봉수→황령산 봉수→간비오산 봉수→기장 남산 봉수→울산 임을랑포 봉수를 연결하는 해안선을 따라 북상하여 영해, 안동으로 이어져서 서울의 남산까지 19개를 거쳐 도달하였다. 이렇게 국가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용되던 봉수도 갑오경장 이후 근대 통신 문명이 들어오면서 그 기능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봉수가 언제나 원활하게 운용되지는 못했었다. 나름대로 국경 방어에 충실하던 조선 전기까지는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였으나 몇 백년 동안 외적의 침입이 없이 평화시기가 계속되고, 특히 봉수를 올리는 봉화군들이 고역(苦役)에 시달림으로 인해 도망가거나, 근무태만을 저지르는 등의 사태가 속출하였고, 시설과 장비, 보급품의 부족, 요원배치의 불충분 등과 함께 자연적인 장애(나무가 가리운다든지, 비나 구름 등)로 인해 중도에 봉수가 끊어지는 경우도 많았었다.

현재 부산에 남아 있는 여러 봉수대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침입을 서울에 신속하게 전달하는데 큰 활약을 한 바 있어 조상들의 향토 사랑과 국토수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우리고장의 중요한 사적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봉수대가 있는 산의 특징이 비록 높은 산은 아닐지라도 주위를 조망하는 데 아주 유용한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등산을 겸해 가볍게 산에 올라 부산의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그 옛날 봉화군들의 애환도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부산경남역사연구소 편 『시민을 위한 부산의 역사』, 「부산의 정보통신 봉수대」를 참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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