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찰대본산 범어사(梵語寺)를 찾아서.....
 

  부산에 사는 사람 치고 범어사를 한번도 가보   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범어   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 사찰   이 간직하고 있는 여러 문화재에 대해서는 아   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단지 금정산 산행   의 코스의 일부로 또는 학창시절 소풍 장소로   많이 찾은 까닭에 그냥 스쳐 가는 것이 대부분   이다. 더 심한 경우는 절을 찾지 않고 절 입구   에서 오리나 닭백숙만 먹고 나서 범어사에 갔다왔다고 한다. 하지만 범어사는 그냥 스쳐 가기에는 너무도 많은 것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조선 영조 때 간행된 "범어사 창건 사적"에 의하면 이 절은 신라 흥덕왕 때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의상대사가 활동하던 시기의 유물이나 유적이 전혀 없어 이 기록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범어사는 통일신라 때 화엄종이 지방사회로까지 확산되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또한 변경 지역에 사찰을 세움으로서 부처님의 힘으로 왜적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호국불교의 정신이 엿보이는 사찰이기도 하다. 이런 범어사가 일제시대부터는 선찰대본산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일주문의 오른쪽에 보면 '禪刹大本山'이란 간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무애행으로 유명한 경허선사가 범어사에 선원을 짓고 후학을 지도하였으며, 성월선사는 범어사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여러 암자에 선원선회를 창설하여 선풍을 크게 일으켰다. 또한 일제시대 3·1운동에도 동래 지역의 지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등 민족운동의 구심점이 되기도 하였다.

 

 범어사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유적들이 꽤 있다. 그중 몇 몇을 살펴보면 우선 범어사 삼층석탑(보물 250호)을 들 수 있다. 이 탑은 범어사의 건립시기와 같은 흥덕왕 대에 건립된 것으로 신라 후기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특히 상하 기단의 안상 조각장식수법이 주목되는 석탑이다. 또 범어사 대웅전(보물 434호)을 들 수 있다. 건물의 규모가 그다지 큰 것은 아니나 기둥 위의 두공과 첨차의 구조가 섬세하고 아름다워 조선 중기 불교 건물의 좋은 표본이 되며, 정면의 아담한 교창(交窓)과 닷집의 섬세한 조각상은 우리 지방 최고의 목조 건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범어사 근처에 천연기념물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등나무 군생지(천연기념물 176호)가 그것이다. 등운곡에 약 450그루의 나무가 조밀하게 자라고 있는데 이 계곡은 꽃이 피는 시기에 등나무 꽃이 만발하면 소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등 모든 나무에 등나무 꽃이 피어 금정산의 절경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등운곡이란 이름도 등나무 꽃이 구름과 같은 장관을 이룬다하여 유래된 것이다.

 

 이외에도 범어사 일주문, 당간지주, 석등, 이안눌의 청룡암시 목판, 『천수』책판, 『어산집』책판, 『범어사기』『범어사창건사적』『범어사고적』판, 『선문촬요』책판, 『권왕문』책판, 삼국유사, 태전화상주심경, 함허어록, 지공직지, 선종영가집, 불설대보부모은중경, 육조대사법보단경, 긍강반야바라밀경변상, 불조역대통재, 몽산화상법어약록, 법화경 등 부산시 지정 유형문화재 등을 보유하고 있는 귀중한 사찰이다. 범어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노송들은 언제 찾더라도 우리들은 편안히 반겨준다. 범어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때, 자연이 그리울 때, 가족들과 갈 곳이 없을 때, 간단한 점심 챙겨 나서기에 그만인 우리 부산시민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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