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5

                                울 반 반장 휴학했다!

2004학년도를 시작하면서 네 번째 교단일기를 쓴 것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이 훌쩍 지나버렸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교사들의 여름방학! 교사들의 방학이 대충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는 「교단일기 3」에서 언급한 적이 있으니 그냥 넘어 가기로 하고 이번 회에는 내가 맡고 있는 학급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처음에 나를 무척이나 두려워했던 우리 반 애들이 이제는 별로 나를 겁내하지 않는다. 나의 본질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잘 굴러가리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무렵 아마도 6월2일이었을 게다. 다음날이 전국적으로 수능 모의고사가 실시되는 날이라 감독관으로 파견된 교사들이 많아 단축수업을 하고 난 종례시간이었다. 우리 반 반장 녀석이 일어나지를 못하는 게 아닌가. 배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마침 식중독이 유행하던 때라 부랴부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기고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이 되니 부산의 침례병원으로 다시 옮겼다고 한다. 복부에 종양이 있어 수술을 한단다. 또 조직검사를 해서 종양이 악성이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검사결과 예상했던 대로 악성 임파종이라는 병이다. 일종의 혈액암이라고 한다.

당시 나는 담임으로서 과연 무엇을 해야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방학을 맞이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가장 바쁜 시기가 바로 학기말이다. 성적처리에 각종 업무 마감에 방학준비에 연수준비, 게다가 이번에 내가 맡고 있는 2학년은 수련회를 학교에서 야영활동으로 실시하기로 한 터라 더욱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바쁜 와중에서도 늘 녀석이 마음에 걸렸다. 다행이 가정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니 많은 치료비가 소요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저 가정에서 잘 알아서 처리하시겠지 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그저 학교 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무렵 그 녀석이 퇴원을 하고 등교했다. 거의 1달 반 만이다. 가끔씩 병원에 문병 가서 보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보는 그 녀석의 얼굴은 다른 애들과 비교해서 너무 핼쓱해져 있었다. 마음이 아프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더욱 그랬다. 우리 반 애들은 아무도 그 녀석의 병명을 모르고 있었다. 단지 수술 마치고 퇴원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 곧 방학이라 다행이다.

방학 때 녀석을 만났다. 단둘만 만나기 좀 그래서(사실은 여학생임) 다른 애들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갔었다. 돈은 많이 썼지만 마음이 많이 편안하다. 그 녀석의 밝은 얼굴 때문이다. 살도 조금 붙은 것 같다. 이제 항암 치료에 꽤 적응했다고 한다. 그래도 앞으로 대여섯 달을 더 고생해야 된다. 머리가 다 빠져 가발 쓰고, 게다가 더운데 모자까지 쓰고 있는 모습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이제 우리 반 애들도 녀석의 사정을 다 안다. 비밀을 지키기로 한 내가 수련회때 아이들에게 다 까발렸기 때문이다. 애들도 나도 많이 울었다.

2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여전히 자리 하나가 비어있다. 녀석의 자리다. 곧 휴학을 할 예정이란다.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반장을 다시 뽑았다. 과연 그 녀석보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6월달까지만 해도 당황스럽고 엄청 걱정되고 안절부절 하던 내가 요즘은 덤덤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래서 한번씩 선생질이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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