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7

                       학생회가 바로 서는 학교 정말 가능한 거야?

항상 교단일기 원고를 청탁 받을 때면 학교 생활을 한번씩 되돌아 볼 수 있게된다. 그러다 보면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많은 일들 중에서 정말 요즘의 시대 흐름에 동떨어진 것들이 여전히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곤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학생회라는 조직인데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생회 담당업무를 맡게 되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업무는 비록 학생회 운영에 대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생활지도부 일들(교내 폭행사건, 금품갈취, 흡연, 일진회 등등)에 치어 나의 원래 업무는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었다. 다행히 올해는 부서를 특별활동부로 옮기면서 학교축제와 학생회 업무를 같이 맡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형사업무(?)에서 탈출하니 이제서야 내가 정말 선생이구나 하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학생회 운영이라는 것에 대해 교사가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참으로 애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학생회 운영 지도'라는 명목 하에 교사가 학생회를 관리 감독하거나 교사가 직접 학생회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회의도 교사가 잡고, 주제도 교사가 결정하며, 할 일도 역시 교사가 결정하여 지시하는 이건 뭐 학생회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교사 하부 조직으로서의 학생회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래도 사회 선생에다가 전교조 교사고, 수업시간에 걸핏하면 민주화, 시민정신, 참여의식, 자율, 주체, 인권, 자유, 권리 등의 단어를 줄줄이 나열하는 선생으로서 기존의 학생회처럼 조직을 운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모름지기 학생회라면 학생들의 대표조직으로서의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활동 및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사업 실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큰 벽 몇 개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 첫 번째 벽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까지 자율적으로 뭘 해 본적이 없어서 '앞으로 학생회 활동은 자율적으로 실시하자'라고 했더니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내가 뭘 시켜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일단 학생 간부들만이라도 기본 의식교육을 먼저 실시해야 할 판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학생회 활동을 진행할 절대 시간이 부족하였다. 수업은 거의 7교시까지 있지, 남아서 활동하려고 해도 학원시간이 돼서 가야되지, 아니면 학교 보안시스템 작동 때문에 6시 이후까지 있기 힘들지, 토요일·일요일에 따로 학교 나오려고 해도 한번도 안 해본 짓이라 안 오려고 하지 등등. 그래도 아이들이 기본적인 의식만 있다면 활동 시간의 제약쯤은 어떻게든지 극복이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간부수련회를 과감하게 수련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학교에서 실시하면서 주로 간부 의식교육을 중심으로 내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치러 내었다. 물론 다른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사히 마치는 것이 불가능했겠지만 그래도 혼자서 교육 및 식사 지도까지(밥을 모둠 별로 해먹었다) 다하려고 하다보니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어쨌든 간부수련회 이후 약간은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름대로의 희망을 발견하였다.

두 번째 벽은 바로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회를 학교 운영의 하부조직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교내에 쓰레기가 많으면 학생회 애들 시켜서 청소나 캠페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의 복장상태가 불량해도 학생회를 찾고, 심지어는 교사에게 부여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학생회 간부들을 불러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말 그대로 학생회는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하라는 식이다. 학생들이 무슨 교사의 심부름꾼 정도인 걸로 착각하고 있는 교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래서야 학생회가 아무리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해도 교사들의 반대에 가장 먼저 부딪힐 것이다. 교사들이 획기적인 인식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학생회가 올바로 자리 매김 하기가 쉽지 않은 거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해 보였다. 애들은 교육을 시키거나 사업 속에서 단련시키면 되는데 교사는 어쩌지? 물론 꾸준히 끈기를 가지고 설득을 한다면 언젠가는 생각이 바뀌겠지만 내가 부족해서겠지만 나는 아직 우리 동료 교사들을 믿지 못하겠다. 지금까지 우리 동료들에게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도 별로 발견한 적 없는데 학생회의 올바른 자리 매김을 이해시키려니 하늘이 캄캄하다. 여전히 고민중이다.

이런 벽들을 모두 극복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과 이해, 요구 등을 학생회를 통해서 학교에 개진하고 이것이 합리적인 판단과 의견조정 등을 통해서 실제로 적용되는 그런 학교를 보고 싶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하여 박제화된 학교 축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정말 즐겁게 참가하고, 자기들만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는 그런 축제를 만들고 싶다. 교사가 지시하는 학생회 사업이 아니라 자기들이 직접 고민하고 준비한 사업을 추진하는 그런 학생회를 보고 싶다. 이 모두가 학생회가 바로 서야 가능한 일이다. "중학생이 뭘 알아서 제대로 하겠노?"하는 걱정은 여전히 많이 들지만 애들을 믿는 길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어깨가 무겁다.

야이 뭉디 자슥들아, 샘 어깨 좀 가볍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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