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8

                                      아이들과 눈높이 맞추기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우리 학교 학생회 간부 학생들과 함께 부산에 있는 송정 해수욕장으로 간부수련회를 다녀왔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학생회 간부라면 다른 아이들과 뭔가 다른 점이 있고 좀더 의젓하고, 제 할 일을 잘 챙겨서 할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학생회 간부라 불리는 이 아이들도 다른 중학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반 중학생일 뿐이다. 이런 애들을 30여명 정도 데리고 밥을 해먹으며 수련활동을 가지기란 그리 만만치 않은 노릇이다.  

특히나 장소가 해수욕장, 그것도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송정이 아니던가? 출발 전부터 아이들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 하늘 위를 막 날아다니는 상태였고 몇 년의 학생 인솔 경험 상 이런 상태를 그냥 방치할 경우 꼭 무슨 일이 발생하곤 했었다. 인솔교사로서의 책임감, 아무 생각 없이 한껏 부풀어 있는 아이들에 대한 불안감, 자신이 학생회 간부임과 현재 활동이 간부수련회 임을 망각하고 놀 생각 밖에 없는 아이들에 대한 분노와 같은 여러 감정들이 종합되어 결국은 폭발하고 말았다.

험상궂은 얼굴로 한바탕 일장연설과 갖은 협박을 하고 간단한 체력단련 체조 등으로 아이들을 약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모둠별 해변 대항전과 물놀이를 마치고 저녁 준비를 시켜놓으니 저녁준비는 커녕 자기 몸 씻기 바쁜 애들이 태반이고, 다 씻은 애들은 저녁준비를 하기보다는 누워서 빈둥빈둥거리고 있고, 그것도 아니면 삼삼오오 짝지어 수다 떨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제 야단을 맞았냐는 듯 곧 풀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에 대한 실망과 교사로서의 자질부족에 대한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밀려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저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여기서 애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모둠별로 '곰솔제'(가을에 열리는 우리 학교 축제)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자유롭게 의논하여 미리 나누어 준 전지에다 기획안을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처음에는 잡담만 하는 것 같던 애들이 점점 진지한 자세로 토론을 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토론에 잘 끼지 않던 애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들끼리 만의 자유로운 토론에 재미를 붙여서인지 나중에는 모둠원 모두가 토론에 열심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모둠별로 발표하는 기획안의 내용을 보면 타성에 젖은 교사들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온갖 즐거움이 묻어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이들 모둠별로 진행하는 발표를 듣고 있으려니 "야 저렇게만 하면 축제가 정말 재미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동안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뒤편으로 슬그머니 묻어나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저 아이들의 시선에 높이를 맞추어 저들을 바라보려 노력했는가'에 대한 반성이었다. 항상 나의 눈높이와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맞추려하고, 또 그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해왔던 내 자신의 모습이 많이 부끄러웠다. 다음날 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번 우리 학교 학생회 간부 수련회는 지도교사에게도 많은 의미를 안겨다 준 수련인 듯하다.

(이 글은 양산신문에도 게재될 글입니다)

...................................................................................................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5 - 우리의 소원은 정말 통일일까?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4 - 새학기에 되돌아보는 작년 반성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3 - 6개월짜리 기간제 초짜 교사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2 - 교원 차등 성과급을 위한 변명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1 - 스승의 날은 선생들이 반성해야 하는 날이다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0 - 졸업식날 뻔뻔해진 어떤 교사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9 - '거꾸로 돌아가는 교칙개정'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7 - 학생회가 바로 서는 학교 정말 가능한 거야?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6 - 폭력교사 몽둥이를 버리다!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5 - 울 반 반장 휴학했다!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4 - 2004년의 또 다른 시작!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3 - 기나긴 겨울방학 선생들은 뭐 하나?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2 - 말썽쟁이와 이해심 그리고 사랑!

 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 - 폭력집단 전교조 소속 비실비실한 조합원의 부끄러움!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 -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부산민주공원을 찾아서...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2 - 몰운대의 일몰을 보러 떠나자!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3 - 부산 시립 박물관 복천 분관을 찾아서.....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4 - 海雲臺 冬柏섬을 찾아서......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5 - 선찰대본산 범어사(梵語寺)를 찾아서.....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6 - 부산의 바다 태종대를 찾아서.....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7 - 자갈치 시장의 갯내음이 그리워 질 때.....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8 - 옛날부터 유명했던 동래 온천장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9 - 백성들의 나라사랑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곳 충렬사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0 - 동해의 파도와 부처님이 만나는 곳 해동용궁사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1 - 어릴적 추억이 살아 숨쉬는 '성지곡 수원지'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2 - 산성 막걸리가 있는 금정산에 가고 싶다.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3 - 도심 속의 원시림 송도 "암남공원"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4 -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용두산 공원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5 - "국제시장!! 도떼기 시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6 - 옛날 부산사람들의 한과 신명 ' 수영야류'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7 - 통도사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8 - 조상들의 번개통신 '봉수대'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19 - 책냄새 가득한 보수동 책방골목

 한승이의 부산사랑이야기 20 - 언제나 우릴 푸근하게 기다리는 '금강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