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9

                                     '거꾸로 돌아가는 교칙개정'

요즘 들어 학원 내 두발 자유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학생들로부터 이런 요구가 나온 것은 일방적이면서도 비인격적인 두발단속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크다 할 것이다. 실제로 여러 학교에서 벌어진 무리한 두발 단속이 사회문제가 되곤 했었다. 그래서 교육부 및 각 교육청에서는 두발에 대해 각급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는 학생들의 두발을 학교장이 마음대로 규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학교 전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규정을 정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얼마 전 교육청의 지시로 우리 학교에도 교칙을 정비 또는 개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 지시가 가지는 의미도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 현재 각급 학교의 교칙을 상황에 맞게 개정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에 맞추어 두발 및 복장 규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많았기에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나름대로의 두발 및 복장 규정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학교 당국(업무 주관부서인 생활지도부)의 생각은 학생들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우리 학교는 최근 몇 년간 몇 번의 교칙 개정을 통하여 다른 학교에 비해 비교적 완화된 두발 규정을 학생들에게 적용하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이런 학생들의 머리모양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선생님들이 규정을 완화해주니 학생들의 머리모양이 더 엉망이 되고 규정도 지키지 않으며, 그에 따라 단속도 쉽지 않다고 생각하신 나머지 오히려 더 강화된 두발규정으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교무회의 석상에서 학생들의 의견도 소개되었지만 그 의견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는 듯한 분위기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현재 학생들의 복장 및 두발 상태가 양호하지 못하니 규정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그런 의견에 반대하는 선생님들의 의견도 있었다. 학생들의 용모를 단속만 가지고 지도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규정을 더 완화하면 어기는 학생들도 없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다수결이라는 무시무시한 민주주의 원칙 앞에서는 소수의견은 제고 여지도 없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우리 학교 남학생들의 머리는 5·6공 시절처럼 스포츠형(일명 장교머리)으로 돌아가고 말았고 여학생의 머리는 층을 내서는 안되고, 머리가 어깨에 닿으면 묶어야 하고, 그것도 반드시 귀밑으로 묶으라는 묶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시한 규정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 천불이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무능한 내 자신을 한탄하며 애꿎은 소주병만 계속 빈 병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었다. 아이들에게 너무 부끄러워 교사들이 결정한 규정 개정의 내용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는데 다음날 방송으로 역시 친절하게 규정이 바뀌었으니 바뀐 규정대로 두발 상태를 정리하라는 안내를 하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애써 아이들의 시선을 외면했었다.

왜 우리나라 학교만 두발 규정이 있을까? 이런 말을 하면 어떤 선생님들은 미국의 고급 사립학교는 모두 두발 규정도 있고 교복도 입는다고 말한다. 갑자기 욕이 속에서 튀어나왔다. "씨부랄 여기가 미국의 고급 사립학교가? 한국의 시골 사립학교지!" 왜 우리나라는 이토록 외모에만 집중을 할까? 선생이나 애들이나 모두 머리 속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지 머리 밖에 존재하는 털에만 너무도 관심이 많다. 애들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학업능력이 있는지, 얼마나 창의적인지, 얼마나 논리적인지 등등의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고 오직 털 길이가 얼마면 좋은지, 털 색깔은 무엇인 괜찮은지, 털의 형태는 어떤 형태가 멋있는지 이런 생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별 해괴한 논리가 다 등장한다. 머리가 짧아야 머리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 공부에만 집중한다나 ---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이다. 근대 이런 발언이 먹힌다는 것이 나를 더 골치 아프게 한다. "차라리 애들 머리를 모두 삭발을 쳐버리지 그래요."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소심한 내 입 속에서 그저 맴돌다가 사라져 버린다.

언제쯤이 되어야 논리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올 것인가 암담하다. "역사는 변화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배우고 믿어 왔는데 요즘 학교나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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