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1

                           '스승의 날은 선생들이 반성해야 하는 날이다'

매년 5월이 오면 ‘무슨 날, 무슨 날이다’ 하여 상당히 분주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돌아왔고 역시 슬슬 정신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교사들과 가장 많은 관련을 가지는 날이 바로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 하면 존경, 감사, 사랑, 은혜 등과 같은 단어가 떠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촌지, 선물, 휴교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는 이번 스승의 날에 일제히 휴교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 다른 지역에서도 휴교를 검토 중이거나 아니면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를 하도록 할 것이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아마도 촌지나 과도한 선물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땜방식 대책이지 아니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없어질 촌지면 벌써 없어졌으리라.


참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는 촌지나 선물 등이 거의 없다. 내가 ‘거의 없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조금은 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아는 바로는 하나도 없는데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데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쓴 것이다. 그 정도로 우리학교 샘들은 선물이나 촌지를 바라지도 않고, 그렇다보니 학부모님들도 그런 것들을 안 줘도 별로 부담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학교의 휴교 이야기는 마치 딴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면서도 많은 씁쓸함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학교 일부 샘들은 ‘사회문제가 될 만큼은 아니라도 한번쯤은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농을 해댄다. 아마도 돈이나 선물을 밝히는 교사들에 대한 불만과 그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저질교사 취급당하는 것이 싫어서 그럴 것이다.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 사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번에도 스승의 날 행사도 할 것이고 정상 등교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학교에서 스승의 날과 즈음하여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이 바로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위해 마련하는 반별 행사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승의 날 반별행사에는 스승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이다. 단지 스승의 날을 빙자하여 몇 시간 재미있게 놀고 싶어 하는 하는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만이 존재할 뿐이다. 스승의 날 아침이 되면 반별로 교실 꾸미기에 분주하다. 풍선도 달고 책상배치도 다시 하고 케이크도 사서 교실 한가운데 근사하게 가져다 놓고 칠판에는 선생님께 드리는 멘트도 적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까지는 학생들이 나름대로 선생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난 후가 문제다. 선생님들이 교실로 들어가면 모두 박수를 치면 스승의 은혜를 합창한다. 보통 개그 프로 같은데서 ‘스승의 은혜’와 ‘어버이 은혜’ 노래를 서로 섞어 부르며 웃기기도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장면이 많이 연출된다. (정말 몰라서 아니면 일부러) 그러고 나면 웃고 박수치고 선생님들 얼굴에 케이크 묻히고, 자기들끼리 과자 먹고 웃고 떠들고 논다. 여기에 스승의 모습은 없다. 그냥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만 있을 뿐. 이런 모습을 보며 스승의 날도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 중의 하나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아이들만 탓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럼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요즘 심심찮게 교권이 추락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는데 과연 교사들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을까? 교사들은 과연 교권추락현상의 피해자일까, 동조자일까?


나는 교사들의 권위가 이렇게 추락한 것은 애초부터 교권이라 불리는 교사의 권위가 잘못 설정되어 있던 탓이 가장 크고, 스스로 교사로서의 자세를 가지지 못하고 안이하게 살아온 대다수 교사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교사들이 선진국과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수업 시수와 엄청난 잡무에 시달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버려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의 중심은 아이들에게 맞추어져 있어야지 그 중심이 교사들에게 맞추어져 있는 교사가 태반이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교사들이 ‘그동안 얼마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왔는가?’ 한번 정도 반성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나 역시도 반성할 부분이 많기에 이번 스승의 날이 많이 부담스럽다.

= 박한승 (참개혁시민회의 회원, 양산 개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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