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3

                                 6개월짜리 기간제 초짜 교사

그 동안 재미없었던 저의 교단일기에 대한 반성과 그리고 새로움을 맛보고자 하는 독자 여러분들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번 회에는 우리 학교에 6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비정규직 교사, 예전에는 임시교사라고 불렀지요)로 근무했던 제 후배 교사의 교단일기를 실어 보기로 했습니다.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놈 이거 글쓰기 싫어 후배한테 시켰구만" 하시겠지요. 정확합니다. 저 요즘 몸도 아프고 힘듭니다. 일명 투병중이지요. 근데 살짝 걱정되는 것은 이 글을 계기로 교단일기가 저에게서 제 후배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기로 하구요.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 6개월의 만남 =

다들 기다리던 방학이라서 선배 교사들이나 학생들 모두 밝은 표정이다. 그런데 오늘이 그리 즐겁지만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런 자리에 서 있으려니 괜시리 서글퍼지고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야속하기마저 하다.

작년 5월 개운중학교에 여느 교생들과 달리 대학원생이라는 자리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했었다. 개운중학교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 8월 뜨거운 여름을 마치고 1학년 담임이라는 직책으로 개운중학교에 다시 몸담게 되었던 나의 첫 교사생활은 즐겁기만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무척이나 힘들었다.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중학교 1학년생들은 기대와 욕심만을 앞세운 나의 의지를 이해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앞서 맡았던 선생님에 대한 향수와 나에 대한 경계심, 그리고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의 의식은 초보 교사를 힘들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자연히 짜증과 독단적인 운영으로 일관된 학급운영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서 "내가 과연 교사의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하는 고민에까지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으로 통한다고 했던가? 아이들과 조금씩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면서부터 아이들은 점차 내게 다가오기 시작하였고, 나 역시 즐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교직에 몸담고자 했던 초심을 잠시 잊고 있었던 듯 하다.

사실 학교 때 제일 싫어하던 과목이 지루했던 국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국사 선생이 된 것은 국사를 내가 배운 것보다 더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매일같이 역사 만화를 보고 교재 연구와 여담을 준비했던 나의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또한 교사이기보다는 친구로서 아이들과 부대끼기 시작하면서 나의 고민은 해결되기 시작하였다.

6개월의 짧은 초임교사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비춰진 나는 아마도 "상당히 무서운 선생, 하지만 우리와 같은 정신연령의 선생"이었을 것이다. 학년이 끝나 가는 어느 비오는 12월 겨울, 우리 반은 학교 근처에서 야영을 하였다. 야영이라고 해봐야 우리끼리 밥이나 해먹고 놀면서 밤을 지새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야영의 추억은 선생과 아이들의 1:30의 베게싸움으로다 터져 버린 베게와 하얀 A4를 가득 채운 순환 편지를 남겨주었다. 서로에게 네가 참 좋다라는 말을 남겼던 순환편지들을...

오늘부터 겨울 방학이다. 기나긴 겨울방학. 몇 달 뒤 아이들은 개학을 맞이하겠지만 나에게는 언제 다시 개학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긴 방학을 시작하며......

어느덧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구나.

하루도 너희들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늦춘 적이 없건만

이제 너희들 곁을 떠나야 한다니

매월 통장에 꽂혀지는 몇 푼의 월급보다

매일 아침 너희들의 장난끼 서린 눈빛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큰 가난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받아야 할 사랑이 너무나 큰 너희들 가난한 가슴에

내 조그만 사랑이 채워 질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배부른 내 가난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

                                                                              = 6개월짜리 기간제 초짜 교사 =

= 박한승 (참개혁시민회의 회원, 양산 개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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