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승 선생님의 교단일기 14

                                 새학기에 되돌아보는 작년 반성

오랜만에 써보는 교단일기라 약간은 어색한 느낌이 드네요. 어느덧 새 학년이 시작되어 또 2학년의 담임을 맡았습니다. 올해는 일복이 제대로 터져 주당 22시간 수업에, 그 바쁘다는 교무기획업무에, 풍물 동아리 담당교사에, 전교조 본부 대의원까지 맡아 다른 사람들로부터 권력에 눈이 멀었냐는 핀잔을 받기도 합니다. 이 즈음에 작년 저의 학교생활을 한번 반성해보는 것이 올해 교육활동을 함에 있어 보탬이 되기도 해서 이번 호는 2006년의 반성을 해볼까 합니다.

2006년은 개인적으로 참으로 힘든 한해였습니다.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삼재에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겨서 제가 맡은 일마다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는 한해였습니다. 게다가 이 몸에 폐결핵까지 걸려 6개월 정도 결핵치료에 정신이 없었고, 게다가 그 동안 계속 간직해오던 고혈압과 통풍도 악화되어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입니다. 사실 저를 제일 힘들게 하였던 것은 체벌사건입니다. 저의 교단일기를 계속 읽으셨던 분들은 학생인권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는 그런 형편없는 교사인줄 벌써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서술하자면 끝이 없고 제 입으로 주절주절 말씀드리기도 하도 부끄러워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메일로 문의 바랍니다.(parkddung@hanmir.com) 어쨌든 저의 잘못으로 모 학생을 체벌하게 되었고 그 결과 그 학생의 고막이 천공되고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연히 학생의 부모님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검찰에 제가 고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일을 굳이 거론하는 것은 저의 삶의 자세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리란 생각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저는 학생들을 체벌하면서 "이것이 이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다. 체벌을 받을 때는 힘들겠지만 이후 나를 고마워할 것이다. 다른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체벌은 불가피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이번 일을 계기로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지 제가 힘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잘못을 바로잡는 행위가 아무리 정당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수단이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것 또한 큰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을 왜 이제야 하게 되었을까요? 학생을 대하는 원칙은 저의 이성 속에 냉철하게 살아있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은 제가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의 입장에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입장에서만 행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2006년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과는 별로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아이들과 상당히 친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뛰어난 점이었는데 2006년의 아이들과 별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 이유가 이번 아이들이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어떤 선배 선생님께 털어놓자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한승아, 아이들이 버릇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네가 올해 너무 힘들다보니 아이들에게 그만큼 정성을 들이지 못해 그런 것이란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통을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덧 나태해져 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한 충격이 한동안 얼떨떨했습니다. "언제나 처음처럼"이란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교사생활에 임했다고 자부해 왔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던 거지요.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아직도 그때 그 일은 해결되지 않고 저의 일상에 큰 짐이 되고 있지만 저의 마음가짐은 초임발령을 받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오히려 저에게 좋은 보약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교육활동을 같이해나갈 동반자로 볼 때 진정한 참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고 살기 위해서 2006년은 저에게 소중한 한해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참 교사의 모습을 이룰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 박한승 (참개혁시민회의 회원, 양산 개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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