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과 자료실

2009/07/15 (11:12) from 58.233.207.239' of 58.233.207.239' Article Number : 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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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환경평가는 4계절 조사가 필수

최근 인천의 한 골프장 예정 부지에서 맹꽁이가 울어 사업자 측이 당혹해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작년 이맘때 시민단체의 주장은 무시당했는데 이제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맹꽁이는 장마철이 아니라면 파악하기 대단히 어렵다. 장마철에 조사하지 않았다면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는 골프장에 파묻힐 뻔했다.

생물은 저마다 번식하고 활동하는 시기와 방법이 다르므로 개발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면 적어도 4계절을 조사해야 한다. 또한 조사 결과가 오래된 자료에 근거하거나 사업이 10년 이상 시행되지 않았다면 사업 시행에 앞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자칫 파괴될 수 있는 생태계를 보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10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경부고속전철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평가의 재실시를 요구한 지율 스님은 정당했다.

경인운하는 강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를 예방하려고 파던 방수로를 넓힌 수로로, 어떤 배가 왕래할지 확실치 않다. 수출입화물선이나 관광유람선은 가능성이 부족하다. 운하를 오가는 화물선에 물건을 맡길 화주가 나타날 것 같지 않고, 주변에 도무지 구경할 거리가 없기 때문인데, 인천의 바다가 만수위에 오를 때 큰비가 내린다면 경인운하는 오히려 주변에 홍수 피해를 가중시킬지 모른다.

경인운하의 환경영향평가는 3개월 만에 뚝딱 해결했다. 따라서 운하 이후 발생될 사회경제적인 영향과 그로 인한 책임소재가 확실치 않다. 경인운하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4대강정비사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4대강 정비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할 모양이다. 물경 22조원이 넘는 거액의 토목사업을 서두르려고 성실한 생태조사를 외면한다면 후손은 강에 얽힌 숱한 문화와 역사를 잃고, 체험과 추억을 빼앗길 것이다.

최근 언론은 4대강정비사업에 앞선 정부의 환경성 자료가 부실하다고 보도했다. 10년 전 자료가 수두룩할 뿐 아니라 빠진 자료도 많고 심지어 30년도 넘은 자료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자료는 참고일 뿐이다. 생태계가 크게 뒤바뀔 가능성이 현저한 토목사업이므로 최근 자료가 있더라도 다시 철저하게 조사하는 게 당연하다. 편향되지 않은 과학적 조사를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실시해야 하거늘 4계절 조사 원칙마저 무시하려 들다니.

생태계는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를 품고 흐르는 강은 계단처럼 멈칫거리면 썩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담당자는 무한책임을 약속하지만 그가 어찌 역사에 대해 무한책임을 운운할 수 있다는 건가. 진정 강을 살리겠다면 철두철미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작은 착오가 돌이킬 수 없는 파괴와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시범사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합당한 조사도 없이 모조리 파헤치겠다니. 조상에 대한 이런 불충이 후손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이어질까 겁난다.

  =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연구소 소장 =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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