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과 자료실

2011/08/12 (17:15) from 61.76.184.194' of 61.76.184.194' Article Number :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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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위기를 ‘복지 무력화’ 호기로 삼겠다는 건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폭락장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대외 충격에 과도하게 노출된 한국 경제는 상당기간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 침체 우려나 유럽 재정위기 등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고, 그때마다 외환위기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초래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비상사태’ 속에 여당과 보수 언론 등에서 때 아닌 ‘복지 망국론’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부각되자 이를 견강부회해 복지주장을 무력화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복지를 강조하는 새 원내지도부를 견제하려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고,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를 앞두고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속셈도 보인다. 야당과 진보진영에 선점당한 복지 이슈를 누르려는 호기로 삼으려는 듯하다. 국가적 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외면하고 당략에 골몰하는 태도다.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걸핏하면 외국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과도한 복지의 결과로 재단하고, 복지 망국론을 펴는 것은 복지 주장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복지를 싸잡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은 복지도 재정건전성도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세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얼마든지 복지를 확충할 수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다. 복지가 절박한 시대적 요구임을 인식하고 증세를 포함해 재정건전성을 지켜가며 확충해나갈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물론 과도한 복지는 경계해야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한국의 복지 수준에서 ‘과도함’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번 사태로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과제는 해외 불안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과도하게 요동치는 금융시장, 계속 높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어떻게 낮춰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것이냐이다.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놔두고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복지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선진국 흉내를 내는 것은 꼴불견이다. 대기업·수출기업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깎아주면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이 걱정해야 할 진짜 포퓰리즘은 복지가 아니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결정한 피해보상안 같은 것이다.

  = 경향신문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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