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분과 자료실

2011/09/30 (16:01) from 61.76.185.119' of 61.76.185.119' Article Number :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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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그 말을 꺼내면서 눈물을 떨구었다
간절히 등록금 내려가길 바랐는데
이번에도 10원 한 푼 변화가 없단다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40분의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한 친구가 말을 꺼냈다. 음대생이라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왔고 평범하게 자랐지만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고 했다. 첼로를 전공한다 했다. 그런데 등록금이 한 학기에 600만원. 그 말을 꺼내면서 눈물을 떨구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했다. 정말 간절히 등록금이 내려가길 바랐는데 이번 학기 등록금에는 10원 한 푼 변화가 없다 했다. 같은 과 친구들을 모두 부잣집 딸인지 등록금 문제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했다. 자신은 너무나 답답한데 꿈쩍 않고 무관심한 친구들을 보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동안 학생들과 직접 많은 얘기들을 나누어 보았지만 그리 많이 우는 학생은 처음 보는지라 마음이 많이 아팠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는다. 배움의 즐거움을 박탈당한 아이들. 우리나라 교육은 거의 모든 과정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순수한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로지 경쟁을 시켜 걸러내는 과정, 심지어 부모의 재산상태까지도 그 경쟁의 요소로 포함시켜 놓았다.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는 뻔하다. 이렇게 만들어 놓아 미안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이 문제는 너희가 풀어야 한다. 우리가 옆에서 응원하고 함께해줄 순 있지만 싸움을 치러내는 건 너희 문제다. 너희가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말이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울던 그 친구는 또 한 학기만큼의 빚과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내야 할 것이고, 싸우고자 하는 친구들이나, 그저 바랄 뿐 어쩌지 못하는 친구들이나 힘이 들긴 마찬가지일 테다. 아이들이 아무리 싸운다 한들 다들 제스처만 취할 뿐이다. 그래도 “원한다면” 싸워야 한다. 싸워서 제스처라도 따내야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학생들을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이라고 부르게 되는 건 그들이 여태 어른을 흉내내고 순종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을 겁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른들 탓이다.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만 키우려던 우리가, 그러면서 이 사회를 출구가 없는 깜깜한 미로로 만들어 밀어넣고야 만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은 패기도 없고 끈기가 없어”라는 말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다. 한때 운동을 했던 사람들조차 후배들을 ‘군기’로 다스렸고 자신들이 했던 방식대로 계속하기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그러고 있다. 선배들이 하던 방식대로 해보려고 한다. 당연히 요즘의 또래들에게 잘 안 먹히는 방법이다. 지속하기도 어렵다. 이 현상은 지금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기성의 질서, 기성의 권위에 반기를 들고자 하는 사람들도 방법에서는 하던 대로일 때가 많다.

지금은 시위의 대명사가 된 촛불. 누군가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 돌이나 깃발이 아닌 예쁜 촛불 하나를 처음 두 손에 쥐었을 때, 그리고 그 옆 사람 그 옆 사람이 함께 들었을 그 ‘아름다움’은 낯설고 어리둥절한 ‘새 방법’이었을 거다. 누군가는 못미더워했고 한계를 지적했다. 당황했다. 그래도 촛불은 여러 사람 손으로 번져갔고 물결이 되었다. 누군가는 촛불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떨게 되었다. 촛불이 무기가 된 것이다. 지금 촛불은 일상적인 시위방법이 되었다. 지금 주저함 없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길 바란다. 장소도 시간도 방법도 무엇이든 변화가 있길 바란다. 혼자라서 머쓱한, 그 첫 사람이 네가 되길 바란다. 변화를 구하는 그 방법조차 변화하기를, 그래서 학교에서 못 누린 기쁨을 세상에서 스스로 익혀보길 바란다. 후배들아, 부디 선배들 하던 대로 하지 마라!

  = 김여진 / 연기자 (한겨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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