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0/07/13 (18:20) from 61.76.185.184' of 61.76.185.184' Article Number : 760
Delete Modify 통일분과 Access : 1378 , Lines : 18
[칼럼] 시장만능주의가 다시 승리하다

2008년 이후 각국 지도자들은 19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금융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온갖 조치를 취했고, 소비와 투자 감소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적자지출을 확대했으며, 환율의 경쟁적 절하와 보호무역의 확산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80년대 초부터 기승을 부리던 시장만능주의(신자유주의)를 억누르면서 케인스경제학을 다시 도입했기 때문이다.

  - ‘재정적자 없는 정부’ 주장 득세

한국이 97년 경험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시장만능주의적 공황 탈출책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금융긴축정책을 취해야 하고, 소비를 줄이고 화폐를 평가절하하여 수출을 증가시켜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의 공황이 발발하자마자, IMF는 자기의 과거 정책들이 경기후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고백하면서 국제적으로 조정되는 거대한 재정금융확대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리하여 IMF와 미국 정부의 지도 아래 모든 국가들이 재정금융확대 정책을 채택했고, 이자율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었다. 은행과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그들의 민간부채를 국가부채로 전환시켰으며, 특히 은행은 0%에 가까운 자금을 얻어 주식·국채·회사채·석유·금 등에 투기하여 큰 수익을 올렸다.

결국 국가가 역사상 보기 드문 규모로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2008년 이래의 공황이 1930년대 공황보다는 덜 격렬하고 덜 심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곧 공황에서 회복하리라고 전망하는 지금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가부채로 말미암은 국가파산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정부가 지고 있는 부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10년 이상 긴축과 내핍이 필요할 뿐 아니라, 만약 국제금융자본가들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면서 이자율을 올리는 경우에는 지금의 부채를 모두 갚을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재정적자가 없는 작은 정부’를 좋아한다는 친금융자본적 부르주아세력이 크게 등장하면서,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가 필요하다’는 케인스주의자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또 다시 시장만능적 경제학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부채를 삭감하는 것보다는 경기를 부양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부채를 삭감하는 것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이런 기본적 차이 때문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주요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 미국 정부는 온갖 선진기법을 개발해 수익을 올리는 자국의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다른 정부들은 금융기관에 ‘은행세’를 부과하여 미래의 금융위기에 책임을 지우려고 하며 온갖 파생금융상품을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한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지만, 중국은 국내의 실업문제 때문에 평가절상을 거부하고 있다. 각국 정부들이 협조하지 못하면서 공황은 점점 더 연장될 뿐이다.

  - 전쟁 통한 미국경제 회생은 망상

지금 미국 정부는 세계 경제의 온갖 문제를 자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물론 미국 애국주의자들까지 ‘화가 나서’ 무력에 의존하려 한다. 중국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앞세워 서해에서 무력시위를 하려 하며, 북한에 대한 남한 정부의 혐오감을 이용해 북한을 공격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은 ‘군사적 케인스주의’에 의거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함으로써 사실상 물적·인적 자원을 대규모로 낭비했는데, 이로 말미암아 국내의 사회보장제도를 축소하면서 국내 빈곤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증대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것이 미국 공황의 근본 원인이었다. 전쟁에 의해 헤게모니를 다시 획득하여 미국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 사회를 더욱 더 ‘문명사회의 적’으로 비난받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호전적인 미국 정부와 협력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격’을 올리는 길이다.

  = 김수행 / 성공회대 석좌교수 = (경향신문 칼럼)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