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0/07/31 (11:06) from 58.233.249.230' of 58.233.249.230' Article Number : 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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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단의 풍경을 읽는 법

1984년 동두천 보산리의 미군 클럽가를 한 청년이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녔다. 동네 사진관의 공식 사진가라는 타이틀로 ‘내국인 출입을 금함’이라는 경고판이 붙은 클럽에 드나드는 미군과 여종업원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약간의 사례를 받는 일이었지만 이 청년은 무척이나 성실하게 사진을 찍었다. 몇해 후 이 사진들은 사진학술지 ‘밝은 방’에 <동두천 기념사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분단과 외세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였던 때였으니 이 사진들이 어떤 맥락에서 읽혔을지 눈에 선한 일이다. 게다가 많은 사진가들에게 노동운동처럼 현장에 투신해야 제대로 작업한다는 사진계의 전설까지 만들었다.

이 동두천 기념사진의 주인공인 사진가 강용석 교수(백제대 사진과)가 올해 동강사진상을 받아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그의 사진전에는 지난 26년간 일관되게 찍은 한국의 분단 풍경들이 걸려 있다. <동두천 기념사진>부터 <매향리 풍경>(1999년), <민통선 풍경>(2006년), 최근작인 <한국전쟁 기념비>(2009년)까지 연대기적으로 걸린 사진 앞에서 강용석은 “승리한 전쟁이 아님에도 군사정권 당시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이 거대한 전쟁기념비들은 이제 사람들이 찾지 않는 후미진 구석에 방치되고 있다. 분단과 분단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했다. 비단 그의 사진 속에 담긴 전쟁기념비뿐 아니라 매향리의 불발탄과 민통선 선전촌의 사람들, 미군 클럽 여종업원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분단의 오브제들을 남겼는지를 읽고 반성할 수 있다.

올해가 한국전쟁 60돌이기 때문인지 유난히 전쟁과 분단이라는 주제의 대형 사진전이 많이 열린다. 사진가 오형근·백승우 등이 참여한 대림미술관의 <경계에서>,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조선일보 사진부와 사진가 박종우의 〈인사이드 더 DMZ〉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술적인 해석을 시도했다는 <경계에서>나 중립적인 기록사진을 표방한 <인사이드…>는 많은 사진가와 큰 비용이 투자되고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동원됐다는 외양과 달리 분단의 겉모습만 담아낸 것이 아니냐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관 주도의 행사이다 보니 분단을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천착한 일부 좌파성향의 사진가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구심도 사고 있다.

하지만 사진가들이 불러주지 않는다고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도 류가헌이라는 작은 갤러리에서 〈이상한 숲 DMZ〉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었고, 사진가로서는 유례없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던 이시우도 전시회를 준비중이다. 강화도 고려산의 미군 감청시설이 콩알만하게 담긴 풍경사진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는 검사의 억지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 작가는 홍대 앞에 새로 문을 연 갤러리 ‘공간 415’에서 <이시우 개인전-한강하구>라는 이름의 사진전을 연다. 8월3일부터 열리는 이 전시에 대해 이시우는 “검찰에 의해 예술가로 위장한 간첩이라 규정됐지만 창작뿐 아니라 이론과 실천까지도 예술가의 몫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강화도로 이사해 10년간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척이나 더운 여름이다. 이 무더운 여름에 미국 최강 전력의 항공모함까지 방문해 한반도를 달군다. 아직도 우리는 평화보다는 저강도전쟁의 열기에 휩싸인 채 불안한 여름을 맞는다. 그 불안에도 여전히 한강하구는 아름답더라는 반어법의 이시우 사진을 보러 가야겠다. 조금은 시원해지려나?

  = 이상엽 / 사진가 = (한겨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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