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0/09/04 (09:46) from 58.233.249.230' of 58.233.249.230' Article Number :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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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농사꾼이 보는 ‘실용’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실용정부라 부릅니다. 이념과 명분, 정치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국가이익에 충실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이념적 성향이 강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민감합니다. 지나친 북한 견제심리는 미국 중심 편향외교로 나타났고 천안함 사건 같은 국가안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습니다. 최근 도를 넘은 편향외교는 국가이익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교 난맥상의 최고 절정은 이란 제재입니다.

이란 인구는 7000만명이 넘습니다. 중동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2위입니다. 우리나라와는 연간 수출입 규모가 120억달러에 달합니다. 우리와 이란이 역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무슨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난데없이 수출입을 통제하고 서울에 있는 이란은행 업무를 정지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미국이 하라고 해서 한다는데 미국이 하는 말이 무슨 헌법도 아니고 하느님 말씀도 아닌데 말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이 눈엣가시일지 모르죠.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입니까? 이란과 교역하는 업체가 2000개를 넘습니다. 이 중 80%가 중소기업입니다. 300개 업체는 이란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습니다. 말로는 일자리 만들겠다, 지하 벙커에서 비상 경제장관 회의를 한다는 등 법석인데 실제 행동은 경제와 일자리 만들기에 초치는 일만 한단 말입니다.

중국과의 외교도 문제입니다. 서해상에서 미국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훈련을 한다는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만약 하와이 근처에서 중국 해군이 훈련을 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보고 있겠습니까? 중국이 서해상에서 대규모 실탄 사격훈련을 했습니다. 최근에 삼성과 LG가 약 5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것이 작금의 서해 군사훈련과 무관하지 않다고 중국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전합니다.

국제정치 지형에서 중국은 이미 G2라 불릴 만큼 강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미 무역규모보다 대중 무역규모가 더 큰 상황입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중국 시장과 경제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실용적으로 동맹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4대 열강의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구한말 위정자들이 친청파, 친일파, 친러파로 나뉘어 나라를 상실하고 결국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한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야 합니다. 지난 100년간 이 나라에는 외국 군대가 주둔해 왔습니다. 작은 나라일수록 강단외교, 줏대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그것이 실용이고 국가이익을 실현하는 길입니다.

또 대북 쌀 지원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원조 보수임을 자처하는 이회창 대표 같은 이도 쌀을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재오 장관은 연일 대북 식량지원을 역설하고 다닙니다. 통일부는 그런데 아직은 아닌지, 여전히 아닌지 애매모호한 말만 하고 있습니다. ‘왕의 남자’는 쌀을 주어야 한다 하고, 왕은 ‘아니라니까, 왜 자꾸…’라고 나무랍니다. 쌀을 줄 것 같습니다. 명분을 쌓고 있는 거겠죠. 북한의 수해와 만성적 식량난도 고려 대상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각국이 이미 천안함 터널을 지나 출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약속했고 러시아도 동의했습니다.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6자회담의 시기와 의제를 협의할 것입니다.

정부는 내심 천안함 문제에 대해 북한의 낮은 수준의 유감 표명 정도를 바라는 눈치이지만 북한은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사과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로 가기 위해선 과거를 덮어두는 것도 지혜임을 정부는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손을 내미는 것, 이것이 실용입니다. 대북 관광이 막히면서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강원도민이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정부는 잘 봐야 합니다. 개성공단에 연관된 일자리가 30만개나 된다는 것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쌀을 퍼주면 평화를 퍼오고, 지역경제를 퍼오고, 일자리를 퍼오게 됩니다. 농민 생존권도 퍼오게 됩니다. 이것이 땅끝자락에 사는 농사꾼이 보는 실용적 관점입니다.

  = 강광석 전농 강진군정책실장 =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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