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0/10/30 (11:09) from 58.233.249.230' of 58.233.249.230' Article Number :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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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벨문학상, 천안함 그리고 G20회의

주요 20개국(G20) 회의가 다가오면서 정부도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 같다. 한국이 이런 세계적 회의를 의장국 자격으로 주최함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는 투이다. 솔직히 한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공사판이었던 서울 시내 곳곳이 더 심란하게 파헤쳐지고,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던 것은 확실하다.

앞으로 새롭게 재편될 세계체제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행사 진행에 급급해서 정신이 없는 것인지, 한국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나 전망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목도하는 국제정세의 변화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과연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여전히 한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충직한 ‘푸들’ 같은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정부나 정치인에게만 해당사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나 지식인집단에도 던져 봐야할 사안이다. 최근 관심을 끌었던 노벨문학상을 사례로 문제점을 한번 짚어보자.

고은 시인이 거듭 수상 기회를 놓치는 것도 ‘역량 부족’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 냉소적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문학상은 단순하게 특정 개인의 문학에 대한 예술적 평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역대 수상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상은 문학적 성취보다도 항상 정치적인 쟁점을 평가의 중심에 놓았다. 노벨문학상을 받는 순간,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문제는 ‘보편적인 것’으로 세계의 관심사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근대문학이 민족국가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결정적 매개체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한국이 아쉽게 노벨문학상에서 멀어진 까닭 중 하나엔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세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한국의 문학이 과연 동북아에서 중요한 쟁점을 형성하고 있는 문제들에 적절하게 개입했는지를 자문한다면 대답이 궁색해지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문인들을 비롯한 한국의 지식인들은 협소한 남북관계에 매몰된 나머지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일갈등에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토야마 내각을 길들이기 위해 오바마 정부가 한국의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짚어내는 언론들도 거의 없었다.

보수언론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강력한 적’으로 북한을 분칠함으로써 하토야마 내각을 압박해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했던 오바마 정부의 계획을 도왔다. 덕분에 한국은 오바마 정부로부터 일본보다 더 우선권을 부여해야할 나라라는 칭찬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보다 더 충실하게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가로 주변국들에 비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과연 이런 이미지가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중국의 입지가 부상하는 이 시점에 장기적으로 한국에 이득을 줄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여하튼 사정이 이러하니, G20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 자체를 두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마냥 자랑만 늘어놓을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이택광 |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 (경향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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