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1/04/29 (15:27) from 61.76.212.86' of 61.76.212.86' Article Number : 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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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야권에 남은 선택, 오바마냐 닉슨이냐

다들 2012년 미국 대선은 오바마가 진다고 한다. 이곳 뉴욕의 길에서 만난 택시기사나 저명한 석학이나 모두 그렇게들 말한다. 글쎄 난 역술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년 대선 승자는 오바마 아니면 닉슨이라는 점이다.

닉슨은 이미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이 아닌가?

난 지금 미국이 아니라 한국 대선을 말하고 있다. 이미 4·27 재보선을 통해 본격 시작된 한국 대선에서 야권이 선택할 길은 닉슨과 오바마의 경로 두 가지라는 말이다. 물론 그 전에 총선이 있다. 하지만 이미 민심의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난 내년 총선은 집권 진영에 재앙이 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운명의 신이 살짝 예고편을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야권이 자만과 분열의 극심한 어리석음만 범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은 이미 지나간 미래이다. 문제는 대선이다. 흔히 총선에서 야권이 이기면 대선에서도 집권 진영이 무너질 것이라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야기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닉슨의 길이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닉슨의 길이란, 이를테면 ‘촛불시위’와 ‘대통령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도 야권이 닉슨에게 패배했던 것을 말한다. 그것도 1968년과 1972년 두 번이나 말이다. 전자는 시민정치운동의 고양과 케네디 형제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비극적인 서거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극심한 분열과 미적지근한 후보인 험프리의 문제로 닉슨에게 아깝게 패배한 선거였다. 후자는 분열의 엉성한 봉합 속에서 지나치게 좌선회한 후보 맥거번의 문제로 미국 역대 대선 사상 최악의 선거인단 격차로 참패한 선거였다. 반면에 닉슨은 과거의 ‘꼴통 보수’ 이미지를 벗고 인자한 보수주의 노선으로 민주당 정책을 부분수용하면서 두 번 다 승리했다.

오바마의 길이란, 시민정치운동의 활성화를 거치며 야권의 단결로 매케인에게 승리한 것을 말한다. 야권은 오바마와 힐러리의 격렬한 당내 경선 대결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무대에서 공정한 대결을 펼치고 이후 단결의 정신을 잃지 않았다. 특히 노동자 후보 에드워즈는 단일 무대에서의 멋진 승부와 진보 노선으로 야권 승리의 밑거름이 되었다. 단일 후보가 된 오바마는 험프리처럼 미적지근하지도 맥거번처럼 너무 좌파적이지도 않았다. 중도는 그가 온건해서, 진보는 그가 진보적이라서 열광적으로 지지했다. 이런 단결된 매력적인 강적 앞에서는 아무리 닉슨만큼 개혁적인 보수 후보였던 매케인도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결국엔 중도주의자였던 오바마는 집권 뒤 못마땅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최대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경제에 무지해 공화당 장관들조차 혀를 차게 한 매케인이 집권했을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러하기에 미국의 좌파 석학인 월러스틴조차 오바마에 대한 일말의 환상도 없으면서 그를 지지했다.

결국 닉슨과 오바마의 길의 시사점은 간단하다. 시민정치운동의 고양, 단일한 야권 무대에서의 멋진 승부, 역동적 과정 속에서 ‘중도 대 진보’의 이분법을 벗어난 매력적인 후보의 탄생이라는 삼박자가 바로 오바마의 길이다. 그중 어느 하나의 축이 빠져도 야권은 총선 전투에서만 승리하고 대선 전쟁에서는 패배할 것이다.

대선에서 인자한 보수주의와 온건 대북 노선에 패배한다면, 한국의 야권으로서는 더 암울한 닉슨의 길을 맞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건 국내 노선에서는 고 에드워드 케네디 진보 의원조차 경이롭게 생각한 닉슨의 복지 어젠다 선취의 길이다. 국제 노선에서는 중국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꼴통 보수들을 경악하게 한 평화번영 노선의 길이다. 한국의 경우에 그건 복지국가의 길과 한반도 지각변동 속 평화노선의 길이며, 그 과정에서 야권은 좌충우돌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한 야권은 이념적 스펙트럼마다 각각의 장밋빛 미래에 부풀어올라 있을 것이다. 글쎄, 제발 향후 5∼10년을 내다보면서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절실히 당부한다.

  =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 (한겨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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