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분과 자료실

2011/06/23 (18:01) from 61.76.184.239' of 61.76.184.239' Article Number : 777
Delete Modify 통일분과 Access : 1232 , Lines : 12
[칼럼] 원전폐기, 선택만 남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있기 전까진 21세기에 이 같은 참담한 핵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환경단체들조차 이젠 원자력발전소는 거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원치 않았고, 예상도 하지 못했던 단 한번의 사고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원전정책에 대해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변화의 출발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보수당 정권이 집권한 독일은 원자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으나 후쿠시마 사고 직후 30년 이상 된 노후 원전 7기를 즉각 폐기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독일 시민들은 정부결정의 진정성을 믿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불신이 반영되어 올 3월27일 실시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민당 정권은 58년 만에 처음으로 주지사 자리를 원전정책 폐기를 주장하는 녹색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만큼 원전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고 원전정책 포기에 대한 강한 열망을 투표로써 보여준 것이다. 결국 독일 정부는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과거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합정부를 통해 집권했던 시절 원전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니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은 획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당 정부에서 원전포기를 선언했다는 것은 이제 원전 포기는 돌이킬 수 없는 확고한 일이 된 것이다. 더구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에서 원전정책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권고하고 독일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사실 독일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었다. 원전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럼에도 윤리위원회에서 ‘원전폐기’라는 예상 밖의 다른 결정을 내렸고 이를 정부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메르켈 총리는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대통령은 독일까지 가서 한국 원전의 안전을 자랑했으며 “비행기 사고가 무섭다고 비행기를 안타겠느냐?”는 황당한 비유까지 하면서 원전에 대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이 이끄는 독일 정부는 원전 폐기라는 엄청난 변화를 선택했다. 결국 같은 방향에서 출발한 한국과 독일 정부의 원전에 대한 생각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과연 한국은 끝까지 원전정책을 고집하며 독일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이는 독일에 이어 원전 포기를 결정한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경우를 보면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스위스는 지난 6월8일 하원에서 모든 원전을 2034년까지 폐기하기로 결정하였고, 이탈리아도 6월13일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정책을 압도적으로 반대함으로써 원전을 포기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결국 독일에서 시작한 탈원전 바람은 재스민 혁명처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바람은 유럽 대륙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택의 열쇠는 우리에게 넘어왔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은 더 이상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며, 원전의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더 이상 값싼 에너지가 아님이 입증되었다. 정부차원에서 막대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졌다. 더 늦기 전에 원전 위주 에너지 정책의 중단을 결정하기 바란다.

  = 최승국 | 시민운동가 = (경향신문 칼럼)


Backward Forward Post Reply List